큰물 진 뒤 ; 최서해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모진 비바람 속에 닭이 두 홰째 울 무렵 윤호는 아내의 해산을 돕는다.
그러나 제방이 터졌다는 외침에 밖에 나가니 정말 물은 마을을 삼키고 있었다. 아비규환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윤호는 문득 아내와 갓난 사내애를 생각하고 집으로 달려가 물 속에 잠긴 아내를 업고 아기를 안고 하여 초인적인 힘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아기는 죽었다.
다음날 날은 개었으나 집도 밭도 온데간데 없다. 굶주림 사흘 끝에 읍에 나가 흙져나르는 공사판에서 일을 했으나 건방지다는 이유로 매만 맞고 일자리에서도 쫓겨난다. 선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신조를 버리지 않고 살아온 윤호였건만 세상은 그를 알아 주지 않는다.
그는 살기 위해서 무엇이건 해야 했다. 초승달이 재를 넘은 지 오래, 윤호는 낮이면 돈을 만지고 밤이면 계집을 어르는 이주사를 털기 위해 칼을 들고 뛰어든다. 위협에 혼비백산한 이주사는 돈뭉치를 내어준다. "흥! 낸들 이 노릇이 좋아서 하는 줄 아니? 나도 양심이 있다. 양심이 아픈 줄 알면서도 이 짓을 한다. 이래야 주니까 말이다. 잘 있거라!" <출처 및 인용> (국어국문학자료사전)
*최서해(崔曙海)
1901년 1월 21일 ~ 1932년 7월 9일 본명은 최학송(崔鶴松)이며, 서해(曙海)는 아호이다.
최서해는 카프파의 소설가로 유명하지만 그가 가장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은 〈우후정원의 월광〉을 포함한 세 편의 시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서간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인 이광수의 소개로 1918년 《학지광》에 앞서 언급한 세 편의 시를 발표하게 된다.
이후 그는 첫 작품 발표의 감격을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심부름을 가다가도 펴서 읽었지만, 읽고 또 읽어도 싫지 않았다'고 회상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