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담(女人譚) ; 김동인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얼마 전의 신문은 우리에게 〈여인〉의 가장 기묘한 심리의 일면을 보여 주는 사실을 보도하였다.
장소는 어떤 농촌— 거기 젊은 부처가 있었다. 아내의 이름은 순이라 가정하여 둘까.
무론 시부모도 있었다. 시동생도 있었다.
그것은 남보기에도 부러운 가정이었다. 늙은이와 젊은이는 모두 화목하게 지냈다. 제 땅은 없으나마 그들은 자기네의 지은 농사로써 아무 부족함이 없이 지냈다. 동생끼리도 화목하였다—간단히 말하자면 농촌의 화목한 한 모범적 가정이라면 그뿐일 것이다. 아무 불평도 불안도 없이 지내는 집안이었다.
순이의 나이는 스무 살이었다. 그의 남편은 스물 다섯이었다. 부처 새의 의도 좋았다. 아니 부처의 의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본문 내용>
순이는 자기의 남편이라는 사람에게 대하여 자기가 품고 있던 기괴한 애착심을 오히려 이상한 마음으로 보았다.
시집온 지 2년. 시집오기 전에는 듣도 보도 못 하던 사내에게 아직 부모들께까지 감추어 오던 자기의 젖가슴까지 내어맡기고 거기서 불유쾌를 느끼기는커녕 일종의 쾌감까지 느끼는 자기를 기이한 마음으로 보았다.
밤마다 자기를 힘있게 품어 주는 사내— 자기의 온몸을 소유할 권리를 가진 사내—이러한 꿈과 같은 사내에게 대한 첫 공포심이 사라진 다음부터는 차차 자기의 마음에 일어나는 그 사내에게 대한 애착심 때문에 순이는 때때로 스스로 얼굴까지 붉혔다.
* 작가 : 김동인
金東仁 (1900-1951) 호는 금동(琴童). 소설가. 평양 출생. 한국 현대문학의 터전을 마련한 신문학의 개척자.
문예지 <창조>의 동인으로 이광수의 계몽문학에 반기를 들고 순문학운동을 내세웠다. 진정한 서구적 자연주의 경향의 문학을 확립했고, 이 땅에 본격적인 단편소설에 대한 기반을 세웠다.
단편집에 <감자> <목숨> <김동인 단편집>이 있으며, <운현궁의 봄> <대수양(大首陽)> <젊은 그들> <견훤> 등의 역사소설이 있으며, 평론에 <춘원연구> <한국근대소설고>가 있다. 단편소설 <감자> <배따라기> <광염 소나타> 등은 우리 현대문학사의 전형적인 작품이며, <붉은 산>은 민족주의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며, 중편 <김연실전>은 자연주의 경향의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 밖에 <약한 자의 슬픔> <마음이 옅은 자여> <유서> <명문> <광화사> <발가락이 닮았다> <K박사의 연구> <대동강> <태형>등의 단편 및 중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