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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제오 (亂啼烏) ;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난제오 (亂啼烏) ;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본문 글> 금년 겨울은 도무지 춥지 않다 하던 어떤 날, 갑자기 추위가 왔다. 소한 추위다. 어저께는 하얗게 눈이 덮인 위에 그렇게도 날이 따뜻하더니, 봄날 과도 같더니, 인왕산에 아지랑이도 보일 만하더니,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다만 젖빛으로 뽀얀 것이 있을 뿐이더니, 초저녁에도 별들이 약간 물을 먹었길래로 철그른 비나 오지 아니할까 하였더니, 자다가 밤중에 갑자기 몸이 춥길래 잠이 깨어서 기온이 갑자기 내려간 것을 보고 놀래었더니, 이튿날 신문에 보니 영화 십 칠도라는 금년 들어서는 첫 추위었다. 아침에 일어나 유리창가에 국화 잎사귀 같은, 잎 떨린 고목 같은 성에로 매 닥질을 하였다. 『어 추워!』 길가로 지나가..
난제오 (亂啼烏) ;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본문 글>
금년 겨울은 도무지 춥지 않다 하던 어떤 날, 갑자기 추위가 왔다. 소한 추위다. 어저께는 하얗게 눈이 덮인 위에 그렇게도 날이 따뜻하더니, 봄날 과도 같더니, 인왕산에 아지랑이도 보일 만하더니,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다만 젖빛으로 뽀얀 것이 있을 뿐이더니, 초저녁에도 별들이 약간 물을 먹었길래로 철그른 비나 오지 아니할까 하였더니, 자다가 밤중에 갑자기 몸이 춥길래 잠이 깨어서 기온이 갑자기 내려간 것을 보고 놀래었더니, 이튿날 신문에 보니 영화 십 칠도라는 금년 들어서는 첫 추위었다.

아침에 일어나 유리창가에 국화 잎사귀 같은, 잎 떨린 고목 같은 성에로 매 닥질을 하였다.

『어 추워!』

길가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ㅋ`소리가 들창으로 들렸다.

기압이나 기온이나 변하면 아픔이 더하는 아내의 관절염이 밤새에 더하지 나 아니한가 하고 걱정이 되고, 감기 뒤끝에 아직 개운치를 못하여서 기침을 쿨룩쿨룩하는 어린것들의 일이 근심이 되어서, 아직도 이불 속에 파묻혀 있는 세 아이의 머리와 손을 만져 보았다. 한 아이는 암만해도 삼십 칠도는 넘을 것 같아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 작가 : 이광수
李光洙 (1892- ? ) 호는 춘원(春園). 평북 정주 출생. 최남선과 함께 한국 신문학의 개척자이며 소설가.

일본 와세다대학 영문과를 수업한 뒤 민족사상을 고취하는 계몽적인 이상주의 소설을 많이 썼다. 1919년 상하이(上海)로 건너가 <독립신문>의 주필, 귀국 후 <조선일보>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1917년 한국 최초의 장편소설 <무정>을 발표하였고, 최초의 단편 <소년의 비애> <어린 벗에게>를 비롯하여 <개척자> <흙> <유정> <무명> 등 많은 소설과 논문·수필·기행문·서간문 등을 발표하였다. 일제 말기에는 친일파로 변절했고, 6·25전쟁 때 납북되었으며, 그가 걸어온 길은 바로 한국 현대문학이 걸어온 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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