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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산문(人間散文); 이효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인간산문(人間散文); 이효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소설 미리보기> 거리는 왜 이리도 어지러운가. 거의 30년동안이나 걸어온 사람의 거리가 그렇게까지 어수선하게 눈에 어린 적은 없었다. 사람의 거리란 일종의 지옥 아닌 수라장이다. 신경을 실다발같이 헝클어 놓자는 작정이지. 문오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다. 눈을 감고 귀를 가리고 코를 막고 모든 감각을 조개같이 닫쳐 버리면 어지러운 거리의 꼴은 오관 밖에 멀어지고 마음속에는 고요한 평화가 올 것 같다. 쓰레기통 속 같은 거리. 개천 속같은 거리. 개신개신하는 게으른 주부가 채 치우지 못한 방 속과도 거리는 흡사하다. 먼지가 쌓이고 책권이 쓰러지고 수지가 흐트러진---그런 어수선한 방 속이 거리다. 사람들은 모여서 거리를 꾸..
인간산문(人間散文); 이효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소설 미리보기>
거리는 왜 이리도 어지러운가.

거의 30년동안이나 걸어온 사람의 거리가 그렇게까지 어수선하게 눈에 어린 적은 없었다. 사람의 거리란 일종의 지옥 아닌 수라장이다.

신경을 실다발같이 헝클어 놓자는 작정이지.

문오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다. 눈을 감고 귀를 가리고 코를 막고 모든 감각을 조개같이 닫쳐 버리면 어지러운 거리의 꼴은 오관 밖에 멀어지고 마음속에는 고요한 평화가 올 것 같다. 쓰레기통 속 같은 거리. 개천 속같은 거리. 개신개신하는 게으른 주부가 채 치우지 못한 방 속과도 거리는 흡사하다. 먼지가 쌓이고 책권이 쓰러지고 수지가 흐트러진---그런 어수선한 방 속이 거리다. 사람들은 모여서 거리를 꾸며 놓고도 그것을 깨끗하게 치울 줄을 모르고 그 난잡한 속에서 그냥 그대로 어지럽게 살아간다. 깨지락깨지락 치운다 하라도 치우고는 또 늘어놓고 치우고는 또 늘어놓고 하여 마치 밑빠진 독에 언제까지든지 헛물을 길어 붓듯이 영원히 그것을 되풀이하는 그 꼴이 바로 인간의 꼴이요, 생활의 모양이라고도 할까. 어지러운 거리. 쓰레기통 같은 거리.

별안간 덜컥 부딪치는 바람에 문오는 감았던 눈을 떴다. 얼마 동안이나 눈을 감고 걸어왔던지 부딪친 것은 바로 집모퉁이 쓰레기통이었다.

다리뼈가 쓰라리다.
* 작가 이효석

李孝石 (1907-1942) 호는 가산(可山). 소설가.강원도 평창(平昌) 출생. 경성제국대학 문과 졸업, 숭실전문(崇實專門) 교수 등을 역임. 프로문학이 왕성하던 무렵의 재학시대부터 작품을 발표, 유진오와 함께 동반작가로 불린다.

1928년 자유 노동자의 생활을 취재한 <도시와 유령>(1928)을 <조선지광>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등장했으며, <노령 근해(露嶺近海)>(1930), <상륙(上陸)> <북국 사신(北國私信)> 등 경향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1932년경 한때 총독부 도서과(圖書課)에 취직했던 일로 비난을 받아 한동안 작품활동을 중지했다가 1933년 <돈(豚)>을 발표했으며 <돈> 이후에는 작품 경향을 전환하여 자연과 인간의 본능적인 순수성을 추구했고, 소설관으로 서정성을 내세우고 있다.

후기 작품으로는 <성화(聖畵)>(1935) <산>(1936) <분녀(粉女)>(1936) <장미 병들다>(1938) 등이 있고, 1936년에 발표된 <메밀꽃 필 무렵>은 광복 이전 우리 문학의 대표작이다. 장편에 <화분(花粉)>(1942) <벽공 무한(碧空無限)> <창공(蒼空)> 등이 있으나, 단편작가로서 뚜렷한 문학사적 위치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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