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 0 0 6 9 0 7년전 0

미정고 장편 ; 나도향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미정고(未定稿)장편 ; 나도향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글 미리보기> 가을의 세검정(洗劍亭)은 더한층 사람을 쓸쓸하게 함이 있 다. 세검정의 역사적 내력을 말할 것은 없으나 우리로서 그 자리에 서서 옛일을 돌아보는 이의 마음 가운데 물들듯이 스며드는 감상이 있다고 하면 그것이 곧 우리의 마음속에 속살거려 주는 새검정의 말일 것이니 그것을 듣는 이에 따 라서 그 말의 빛이 엷고 진함이 다르기는 할는지 모르겠으 나 그 말이 그 말일 것은 다시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날이 아직 더웁지는 아니하였으나 높다라니 개인 벽옥색 하늘에는 서쪽으로 넘어가는 저녁해가 장엄한 오색빛을 서 편 산 위에서 하늘을 향하여 흠뻑 퍼뜨리었다. 그 빛을 다 시 이쪽 산이 가리어 산은 산 그림자를 넣지 못한 산골짜..
미정고(未定稿)장편 ; 나도향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글 미리보기>
가을의 세검정(洗劍亭)은 더한층 사람을 쓸쓸하게 함이 있 다. 세검정의 역사적 내력을 말할 것은 없으나 우리로서 그 자리에 서서 옛일을 돌아보는 이의 마음 가운데 물들듯이 스며드는 감상이 있다고 하면 그것이 곧 우리의 마음속에 속살거려 주는 새검정의 말일 것이니 그것을 듣는 이에 따 라서 그 말의 빛이 엷고 진함이 다르기는 할는지 모르겠으 나 그 말이 그 말일 것은 다시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날이 아직 더웁지는 아니하였으나 높다라니 개인 벽옥색 하늘에는 서쪽으로 넘어가는 저녁해가 장엄한 오색빛을 서 편 산 위에서 하늘을 향하여 흠뻑 퍼뜨리었다. 그 빛을 다 시 이쪽 산이 가리어 산은 산 그림자를 넣지 못한 산골짜기 위에 검은 포장을 눌러 놓듯이 높은데 얕은데 나뭇가지 시 내속 틈틈 사이사이 남겨놓지 않고 가려놓았는데 우뚝바위 위에 말없이 서 있는 세검정의 그림자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늘여서 기름하게 가로 놓았다.

꽃이 봄에 아름다운 것이라 하면 단풍이 가을에 귀한 것이 니 먼 산 가까운 언덕에 누르고 붉게 피어 있는 단풍은 돌 아가는 여름이 선지를 물었다가 흠뻑 내뿜은 듯이 처참하기 도 하고 겨울을 맞는 가을이 여름 한 겁을 두고 봄을 뒤집 어 복사한 듯이 알 수 없는 감회를 일으키기도 한다.

바람은 분다. 을씨년스러운 생각이 난다. 단풍은 바람에 떨 때 바위 틈을 기어나고 모래로 숨어들어 은방울 울리듯이 흐르는 가을 물은 그것을 비쳐서 마치 뜨거운 볼은 피가 모 였다가 흐르는 것 같기도 하다.

벌거벗은 산에는 울퉁불퉁 내어밀은 바위가 멀리서 와서 멀리 가는 바람이 스칠 때마다 서늘한 느낌에 소름이 돋는 듯하다.

그 위 소림사(小林寺)에서 저녁 종소리가 들려온다.
* 작가 : 나도향
羅彬 (1902-1926) 호는 도향(稻香). 본명은 경손(慶孫), 빈(彬)은 필명. 서울 출생. 배재학당을 거쳐 경성의전에 수학했고, 일본에 유학함. 1920년 19세 때 <동아일보>에 장편소설 <환희>를 발표하여 문단에 등장,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백조> 동인으로 활약하여 초기에는 애상적·낭만적 작품을 썼으나 후기에는 사실적·객관적인 작품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작품에는 <환희> 외에 단편 <물레방아> <지형근(池亨根)> <뽕> <벙어리 삼룡이> <전차 차장 일기> 등이 있다.

그 중 <물레방아>는 낭만적인 문장으로 자연주의적인 내용을 그려 문학사적으로 낭만주의적 경향에서 자연주의적 경향으로 옮아가는 시기의 문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작품이 되고 있다.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net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