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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落照); 채만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낙조(落照); 채만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소설 미리보기> 모처럼 별식으로 닭 국물에 칼국수를 해서 식구가 땀을 흘려가며 먹고 있는 참이었다. “이런 때 느이 황주 아주머니나 오셌다 한 그릇 훌훌 자섰드라면 좋을걸 그랬구나…… 말이야 없겠느냐마는, 그 마나님두 인저 전과 달라 여름 삼복에 병아리라두 몇마리 삶아 소복이라두 하구 엄두를 낼 사세가 되들 못하구. ……내남적없이 모두 살기가 이렇게 하루하루 쪼들려만 가니…….” 어머니가 생각이 나 걸려해 하는 말이었다. 어머니는 의가 좋고 해서 그러던 것이지마는 어버지는 어머니와 달라, 황주 아주머니가 별반 직성이 맞지를 않는 편이었다. “그래두 그 마나님넨 느는 게 있어 좋습니다.” “온 영감두. 지금 사는 그 일..
낙조(落照); 채만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소설 미리보기>
모처럼 별식으로 닭 국물에 칼국수를 해서 식구가 땀을 흘려가며 먹고 있는 참이었다.

“이런 때 느이 황주 아주머니나 오셌다 한 그릇 훌훌 자섰드라면 좋을걸 그랬구나…… 말이야 없겠느냐마는, 그 마나님두 인저 전과 달라 여름 삼복에 병아리라두 몇마리 삶아 소복이라두 하구 엄두를 낼 사세가 되들 못하구. ……내남적없이 모두 살기가 이렇게 하루하루 쪼들려만 가니…….”

어머니가 생각이 나 걸려해 하는 말이었다.

어머니는 의가 좋고 해서 그러던 것이지마는 어버지는 어머니와 달라, 황주 아주머니가 별반 직성이 맞지를 않는 편이었다.

“그래두 그 마나님넨 느는 게 있어 좋습니다.”

“온 영감두. 지금 사는 그 일본집두 30만 환에 내놨다는데 그래요?

한30만 환 받아, 삭을세집을 얻든지, 문 밖으루다 조그만한 걸 한 채 장만하든지 하구서, 남겨진 가지구 얼마 동안 가용이라두 쓰구 할영으루다……”

“느는 게 조음 많으우?…… 자아, 몸집이 늘지. 희떠운 거 늘지. 시끄런 거 늘지. 말 능란한 거 늘지. 따님 양개화(洋開化) 늘지. 아마 그 마나님은, 한때 그 국회의원이라드냐 하는 걸 선거하는 데 내세우구서, 누굴 추천하는 연설 같은 걸 시켰으면 아주 일등으루 잘 했을 거야.”

“난 또 무슨 말씀이라구……”

어머니는 그만 웃고 만다.

아버지도 따라 웃으면서

“난 정말이지, 그 생철동이, 하두 시끄러 골치가 아파 못하겠읍디다.”
* 작가: 채만식
(蔡萬植, 1902년 7월 21일 ~ 1950년 6월 11일)
원적지는 전라북도 옥구군 옥구면 오곡리이며 전라북도 임피군 군내면 동상리(現 전라북도 군산시 임피면 동상리)의 부농 가정에서 출생했다. 1922년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재학 중에 은선흥(殷善興)과 결혼하며 그 후 일본 와세다 대학 문과에 들어갔다가 간토 대지진으로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귀국했다. 그 후 장기결석으로 퇴학 당한다. 1924년부터 1936년까지 《동아일보》, 《개벽》, 《조선일보》의 기자로 근무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924년 《조선문단》에 단편 〈새길로〉를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카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희곡 《인형의 집을 나와서》(1933) 등에서 엿보이는 초기의 작품 경향은 카프의 경향파 문학과 심정적으로 유사한 점이 있어 동반자 작가로 분류된다. 1934년 발표한 단편 〈레디메이드 인생〉은 지식인 실직자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레디메이드 인생〉의 반어적이고 풍자적인 회화 기법은 채만식의 작품에서 자주 관찰되는 특징으로, 채만식은 이 작품을 계기로 사회 고발적 동반자 문학에서 냉소적 풍자 문학으로 작풍을 전환했다.

1936년부터는 기자직을 버리고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는데, 농촌의 현실을 그린 《보리방아》가 검열로 인해 연재 중단되는 일을 겪었다. 이후 대표작인 중편 《태평천하》(1938)와 장편 《탁류》(1938)를 발표했다. 역설적인 풍자 기법이 돋보이는 〈태평천하〉와 1930년대의 부조리한 사회상을 바라보는 냉소적 시선에 통속성이 가미된 《탁류》 이후, 《매일신보》에 연재한 《금의 정열》(1939)는 완전한 통속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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