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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일생(연애편);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그 여자의 일생(연애편);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그 여자의 일생> 시리즈 나는 조선 사람을 향하여 내 속을 말하느라고 소설을 씁니다. 나는 세계적으로 칭찬을 받는 소설가라는 말 듣기를 원하는 마음은 터럭끝만큼도 없읍니다. 내 소원은 오직 조선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읽어서 내가 하려는 말을 알아 들어 주었으면 하는 것뿐입니다. 그 내 속이란 것이 몇 푼어치나 되는지, 내 이야기를 조선 사람이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그것은 나는 모릅니다. 나는 오직 내가 동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쓸 뿐입니다. 사정이 허하고 내 표현하는 재주(예술)가 허하는 한에서 내 속을 털어 놓을 뿐입니다. 「어리석은 반벙어리」의 이야기일는지 모르나 약싹빠른 이야깃군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님은 하늘을 ..
그 여자의 일생(연애편);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그 여자의 일생> 시리즈
나는 조선 사람을 향하여 내 속을 말하느라고 소설을 씁니다. 나는 세계적으로 칭찬을 받는 소설가라는 말 듣기를 원하는 마음은 터럭끝만큼도 없읍니다. 내 소원은 오직 조선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읽어서 내가 하려는 말을 알아 들어 주었으면 하는 것뿐입니다. 그 내 속이란 것이 몇 푼어치나 되는지, 내 이야기를 조선 사람이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그것은 나는 모릅니다. 나는 오직 내가 동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쓸 뿐입니다. 사정이 허하고 내 표현하는 재주(예술)가 허하는 한에서 내 속을 털어 놓을 뿐입니다.

「어리석은 반벙어리」의 이야기일는지 모르나 약싹빠른 이야깃군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님은 하늘을 두고 맹세할 수 있읍니다.

이 이야기 〈그 女子[여자]의 一生[일생]〉도 마찬가지어서, 내가 조선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하나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하려는 말이 무엇이냐고 물의신다면, 그 대답은 『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줍시오.』할 수밖에 없읍니다. 왜 그런고 하면, 더 간단히 할 수 있는 이야기 같으면 이렇게 길게 쓸 필요가 없읍니다. 내 재주로는 이 이상 더 줄여서 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그렇지마는, 그래도 네가 〈그 女子[여자]의 一生[일생]〉에서 하려는 말의 요령을, 비록 불완전하게라도 한두 가지 관념만이라도 말해 보라 하면 그런 의미로는 말하지 못할 것도 아닙니다. 그럼 말해 보겠읍니다.

나는 〈그 女子[여자]의 一生[일생]〉이라는 이야기에서 「한 생각도 없어 지지 아니한다. 오직 한번만 먹은 생각도 그것은 반드시 어느 때에나 열매를 맺고야 만다」하는 것이 그중에 중요한 하나인가 합니다. 남 모르게 마음속으로만 한 한 생각도 그러려든, 하물며 말이랴, 행함이랴. 우리 인생이 개인으로나 가정으로나 민족으로나 당하는 모든 일 ─ 행복과 불행, 잘되고 못되는 것이 다 「제 생각이 열매」를 거둠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만일 금 봉이가 잘 되자면 그것도 「제 생각의 열매」입니다. 금봉을 싸고 도는 여러 남자들, 여자들 그들의 잘되고 못됨도 또한 그러합니다. 일언이 폐지하면, 인과의 이치라고 하겠지요. 우리 사람의 생명(정신이랄까, 마음이랄까, 영혼이랄까)은 지나간 제 씨의 열매를 거두어 받으면서 또 앞의 것을 씨를 뿌리고 있읍니다. 「요것쯤 하나야」하고 심상하게 던진 말 한마디, 행실 하나가 어느덧 모르는 덧에 자라서 커다란 비극을 이룹니다. 날마다 무심코 던져진 조선 사람들의 생각과 말과 행실이 얽혀서, 설켜서 조선 민족의 앞 날의 운명을 짜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운명이란 것은 우리 손으로 꼬아 놓은 오랏줄입니다. 우 리는 손수꼰 오랏줄로 몸소 묶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오랏줄을 끊을 수도 있읍니다.

이런 것을 말해 보자는 것이 이 이야기, 〈그 女子[여자]의 一生[일생]〉의 한 뜻입니다.

이 이야기는 「處女篇[처녀편]」·「戀愛篇[연애편]」·「婚姻篇[혼인 편]」‧「放浪篇[방랑편]」‧「懺悔篇[참회편]」으로 끝을 막을 예정이어니와, 나는 억지로 이 이야기의 길을 예정하려 아니하고, 한 속기자의 태도로 금 봉이나 임 학재나 기타 인물들이 오늘날의 조선 형편에서 어떻게 제 씨를 뿌리고 제 열매를 거두어 가는가를 보아 가면서 적어 보려고 합니다마는, 내 예감이, 이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을 맺어지고야 말 것만 같습니다.

이제 나를 알아주는 벗 三千里社[삼천리사]의 金東煥君[김동환군]이 이미 쓰여진 이야기 「處女篇[처녀편]」·「戀愛篇[연애편]」을 모아 먼저 한 책으로 출판하시려 하매 머리말로 두어 마디를 쓰라 하기로 이것을 씁니다.

돌아 보건댄, 내가 쓴 첫 장편 소설인 〈無情[무정]〉이 나를 사랑하던 崔 六堂[최육당]의 손으로 출판된 지 이제 ─ 이십년이 되었읍니다. 이 이십년 동안에 나 자신이 한 일, 쓴 글을 돌아 보면 비록 죄된다고 생각되는 것까지는 별로 없다 하더라도 부끄러움과 기막힘이 많이 있읍니다. 그러나 나는 앞날의 내가 뒷날의 나보다 나은 나일 것을 믿으매, 더욱 닦고 더욱 힘쓰리라는 맹세를 한번 더 합니다.

* 작가 : 이광수
李光洙 (1892- ? ) 호는 춘원(春園). 평북 정주 출생. 최남선과 함께 한국 신문학의 개척자이며 소설가.

일본 와세다대학 영문과를 수업한 뒤 민족사상을 고취하는 계몽적인 이상주의 소설을 많이 썼다. 1919년 상하이(上海)로 건너가 <독립신문>의 주필, 귀국 후 <조선일보>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1917년 한국 최초의 장편소설 <무정>을 발표하였고, 최초의 단편 <소년의 비애> <어린 벗에게>를 비롯하여 <개척자> <흙> <유정> <무명> 등 많은 소설과 논문·수필·기행문·서간문 등을 발표하였다. 일제 말기에는 친일파로 변절했고, 6·25전쟁 때 납북되었으며, 그가 걸어온 길은 바로 한국 현대문학이 걸어온 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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