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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채만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집; 채만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사람은 집에서 나고 집에서 살고 집에서 죽는다. 그런 의미에서 집이란 가장 편리한 발명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집에서 나고 집에서 살고 집에서 죽고 하게만 마련인 것은 가장 불편한 생리(生理)의 하나일 것이다. <소설 미리보기> 그렇게 해서 세 번을 거듭 물난리를 치렀다. 마지막 손바닥만큼 남았던 마당 조각이 그것마저 패어 달아나고는 이제는 주춧돌 밑으로 개천이 흐른다. 가뜩이나 초라하게 생긴 오두막집이, 갈씬하니 집만 무너져가는 냇둑에 가 빠듯이 발붙임을 하고 조촘 멈춰 섰는 양이라니, 누가 옆에서 큰 소리를 지를까 조심스럽다. 집은 역시 못쓰게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왕 아주 쓰러져버렸다거나 형지도 없이 ..
집; 채만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사람은 집에서 나고 집에서 살고 집에서 죽는다.

그런 의미에서 집이란 가장 편리한 발명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집에서 나고 집에서 살고 집에서 죽고 하게만 마련인 것은 가장 불편한 생리(生理)의 하나일 것이다.

<소설 미리보기>
그렇게 해서 세 번을 거듭 물난리를 치렀다.

마지막 손바닥만큼 남았던 마당 조각이 그것마저 패어 달아나고는 이제는 주춧돌 밑으로 개천이 흐른다.

가뜩이나 초라하게 생긴 오두막집이, 갈씬하니 집만 무너져가는 냇둑에 가 빠듯이 발붙임을 하고 조촘 멈춰 섰는 양이라니, 누가 옆에서 큰 소리를 지를까 조심스럽다.

집은 역시 못쓰게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왕 아주 쓰러져버렸다거나 형지도 없이 영영 떠내려갔다거나 차라리 했더라면 섭섭한 대로 오히려 시원했을 뻔한 것을, 이건 훌비워 내던지고 일어서자니 그래도 뒤가 돌려다보여 못할 노릇이고, 또 좀처럼 그렇게 요만 것이나마 새로이 마련을 하여 척척 옮아앉고 할 가량도 없는 형편이고, 그렇다고서 차마 이 모양이 된 걸 그대로 지니고 살잔 말도 안 나오고.

이러잔 말도 안 나오고 저러잔 말도 안 나오고 뜨윽 그만 을씨년스러 무시로 입맛만 다셔진다.

평생 처음으로 집이라고 생긴 것을 한번 천신해 본 것이 막상 이렇게 마음과 경황을 번거롭게 한다. 단지 성가신 것이 아니고, 노인 자제처럼 얼뚱스럽다. 정을 골몰케 하는 것이다.

집이라고 하는 것이 이다지도 맹랑한 물건인 줄은 몰랐었다. 다직 까치둥우리 쇰직한 한 채의 오두막집이. 재물로 치자면야 그러니 지극히 약소한 것이면서 그러면서도 그는 그의 화폐가격만으로는 능히 환산을 할 수가 없는 다른 한 벌의 가치를, 직접 마음에 통하여 정을 지배하는 일종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 줄은 몰랐었다.

다 늦게야 인생을 조그마한 또 한 과(再一課) 배웠다고 할는지, 비로소 집이라는 것을 발견한 셈이다.
* 작가: 채만식
(蔡萬植, 1902년 7월 21일 ~ 1950년 6월 11일)
원적지는 전라북도 옥구군 옥구면 오곡리이며 전라북도 임피군 군내면 동상리(現 전라북도 군산시 임피면 동상리)의 부농 가정에서 출생했다. 1922년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재학 중에 은선흥(殷善興)과 결혼하며 그 후 일본 와세다 대학 문과에 들어갔다가 간토 대지진으로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귀국했다. 그 후 장기결석으로 퇴학 당한다. 1924년부터 1936년까지 《동아일보》, 《개벽》, 《조선일보》의 기자로 근무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924년 《조선문단》에 단편 〈새길로〉를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카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희곡 《인형의 집을 나와서》(1933) 등에서 엿보이는 초기의 작품 경향은 카프의 경향파 문학과 심정적으로 유사한 점이 있어 동반자 작가로 분류된다. 1934년 발표한 단편 〈레디메이드 인생〉은 지식인 실직자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레디메이드 인생〉의 반어적이고 풍자적인 회화 기법은 채만식의 작품에서 자주 관찰되는 특징으로, 채만식은 이 작품을 계기로 사회 고발적 동반자 문학에서 냉소적 풍자 문학으로 작풍을 전환했다.

1936년부터는 기자직을 버리고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는데, 농촌의 현실을 그린 《보리방아》가 검열로 인해 연재 중단되는 일을 겪었다. 이후 대표작인 중편 《태평천하》(1938)와 장편 《탁류》(1938)를 발표했다. 역설적인 풍자 기법이 돋보이는 〈태평천하〉와 1930년대의 부조리한 사회상을 바라보는 냉소적 시선에 통속성이 가미된 《탁류》 이후, 《매일신보》에 연재한 《금의 정열》(1939)는 완전한 통속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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