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도적 ; 현진건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소설> 미리보기
창의문 밖 살림을 차린 뒤로 안잠자기 때문에 약간 머리를 앓지 않았다.
개똥에 굴러도 ‘문안이 좋지 그 두메에 누가……’ 하고 그들은 처음부터 오기를 싫어한다. 일갓집들의 연줄 연줄로 간신히 하나 구해다가 놓으면 잘 있어야 한두 달 그렇지 않으면 단 사흘이 못되어 봇짐을 싼다. 속살 까닭은 여러 가지겠지만 드러내 놓는 이유는 한결같이, ‘뻐꾹새와 물소리가 구슬퍼서……’ 한다. 불행한 인생의 길을 걷는 그들에겐 집을 에두르는 시냇물 노래와 뒷산 속에서 새어 흐르는 뻐꾸기의 울음도 시름을 자아낼 뿐인 모양이다. 어둑어둑한 소나무 그늘 밑에 그들은 하염없는 눈물을 씻게 되고 햇빛에 고요히 깃들인 풀그림자도 까닭 없이 그들의 맘을 군성거리게 하는 듯.
도회의 번잡과 조음이 도리어 그들의 신경을 무디게 해 주고 심장을 지질러 주는 듯.
* 작가: 현진건
玄鎭健 (1900-1941) 호는 빙허(憑虛). 소설가. 대구 출생. 도쿄 독일어학교를 졸업하고, 1920년 <개벽>에 단편 <희생화(犧生花)>를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등장. 처음에 <백조> 동인으로 활약했고, 1921년 <빈처(貧妻)>로써 문명을 얻었다.
그는 <백조>파의 낭만적인 경향과는 달리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로 단편소설의 개척에 큰 공적을 이룩했다. 대표작으로 단편 <운수 좋은 날>(1924)을 비롯하여 <불> <B사감과 러브레터> 등이 있고 장편에 역사소설 <무영탑(無影塔)>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