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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 최서해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해돋이 ; 최서해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미리보기 끝없는 바다 낯에 지척을 모르게 흐르던 안개는 다섯점이 넘어서 걷히기 시작하였다. 뿌연 찬 김이 꽉찬 방안같이 몽롱하던 하늘부터 멀겋게 개이더니 육지의 푸른 산봉우리가 안개 바다 위에 뜬 듯이 우뚝우뚝 나타났다. 이윽하여 하늘에 누릿한 빛이 비치는 듯 마는 듯할 때에는 바다 낯에 남았던 안개도 어디라 없이 스러져 버렸다. 한강환(漢江丸)은 여섯시가 넘어서 알섬[卵島]을 왼편으로 끼고 유진(楡津) 끝을 지났다. 여느 때 같으면 벌써 항구에 들어왔을 것이나 오늘 아침은 밤 사이 안개에 배질하기가 곤란하였었으므로 정한 시간보다 세 시간 가량이나 늦었다. 안개가 훨씬 거두어진 만경창파는 한없는 새벽 하늘 아래서 검푸른 빛으..
해돋이 ; 최서해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미리보기
끝없는 바다 낯에 지척을 모르게 흐르던 안개는 다섯점이 넘어서 걷히기 시작하였다.

뿌연 찬 김이 꽉찬 방안같이 몽롱하던 하늘부터 멀겋게 개이더니 육지의 푸른 산봉우리가 안개 바다 위에 뜬 듯이 우뚝우뚝 나타났다. 이윽하여 하늘에 누릿한 빛이 비치는 듯 마는 듯할 때에는 바다 낯에 남았던 안개도 어디라 없이 스러져 버렸다.

한강환(漢江丸)은 여섯시가 넘어서 알섬[卵島]을 왼편으로 끼고 유진(楡津) 끝을 지났다. 여느 때 같으면 벌써 항구에 들어왔을 것이나 오늘 아침은 밤 사이 안개에 배질하기가 곤란하였었으므로 정한 시간보다 세 시간 가량이나 늦었다.

안개가 훨씬 거두어진 만경창파는 한없는 새벽 하늘 아래서 검푸른 빛으로 굼실굼실 뛰논다. 누른 돛 흰 돛 들은 벌써 여기저기 떴다. 그 커다란 돛에 바람을 잔뜩 싣고 늠실늠실하는 물결을 좇아 둥실둥실 동쪽으로 나아가는 모양은 바야흐로 솟아오르는 적오(赤烏)나 맞으려 가는 듯이 장쾌하였다.

여러 날 여로에 지친 손님들은 이 새벽 바다를 무심히 보지 않았다.

먼 동편 하늘과 바다가 어울은 곳에 한일자로 거뭇한 구름 장막이 아른아른한 자주빛으로 물들었다. 그것도 한 순간 다시 변하는 줄 모르게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그 분홍 구름이 다시 사르르 걷히고 서너 조각 남은 거무레한 장미빛으로 타들더니 양양한 벽파 위에 태양이 솟는다. 태연자약하여 늠실늠실 오르는 그 모양은 어지러운 세상의 괴로운 인간에게 깊은 암시를 주는 듯하였다.
* 작가 : 최서해(崔曙海)

1901년 1월 21일 ~ 1932년 7월 9일 본명은 최학송(崔鶴松)이며, 서해(曙海)는 아호이다.
최서해는 카프파의 소설가로 유명하지만 그가 가장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은 〈우후정원의 월광〉을 포함한 세 편의 시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서간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인 이광수의 소개로 1918년 《학지광》에 앞서 언급한 세 편의 시를 발표하게 된다.

이후 그는 첫 작품 발표의 감격을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심부름을 가다가도 펴서 읽었지만, 읽고 또 읽어도 싫지 않았다'고 회상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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