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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부 이제 ; 김동인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호미부 이제 ; 김동인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미리보기 신라 원성왕 때였다. 그때 신라의 풍속으로 팔월 여드렛날부터 보름날까지 <복 회>라 하는 것이 있어서 남녀 노소를 물론하고 흥륜사(興輪 寺)의 전탑을 도는 것이 연중행사로 되어 있었다. 단풍 핀 나무 아래를 무수한 남녀 노소가 복을 빌면서 전탑을 두고 돌고 있는 것이었다. 어떤 해 팔월 보름날이었다. 낭도 김현(金現)도 이 무리의 한 사람이 되어서 전탑을 돌고 있었다. 밤은 어지간히 깊었다. 중추의 달─ 오월은 머리 위를 넘 어서 벌써 조금 서쪽으로─ 초저녁에는 쏟아져 넘칠 듯이 많던 선남 선녀도, 밤이 깊 음을 따라서 차차 제집으로 돌아갔다. 한 사람, 두 사람, 한 패, 두 패씩, 차차 돌아가서, 마침내는 ..
호미부 이제 ; 김동인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미리보기
신라 원성왕 때였다.

그때 신라의 풍속으로 팔월 여드렛날부터 보름날까지 <복 회>라 하는 것이 있어서 남녀 노소를 물론하고 흥륜사(興輪 寺)의 전탑을 도는 것이 연중행사로 되어 있었다. 단풍 핀 나무 아래를 무수한 남녀 노소가 복을 빌면서 전탑을 두고 돌고 있는 것이었다.

어떤 해 팔월 보름날이었다. 낭도 김현(金現)도 이 무리의 한 사람이 되어서 전탑을 돌고 있었다.

밤은 어지간히 깊었다. 중추의 달─ 오월은 머리 위를 넘 어서 벌써 조금 서쪽으로─ 초저녁에는 쏟아져 넘칠 듯이 많던 선남 선녀도, 밤이 깊 음을 따라서 차차 제집으로 돌아갔다. 한 사람, 두 사람, 한 패, 두 패씩, 차차 돌아가서, 마침내는 그 넓은 흥륜사의 경 내도 쓸쓸하게 되었다. 이 가운데를 김현은 혼자서 그냥 요 보를 계속하고 있었다.

다들 돌아간 밤중까지 이렇게 요보를 혼자서 계속한다고 특별히 김현에게는 무슨 기원이 있는 바가 아니었다. 밝은 달빛과 고요한 경내와 젊은 마음과 울창한 수목과 신비스러 운 사위는 그로 하여금 그냥 여기서 저 혼자서라도 돌게 한 것이었다.

「자박 … 자박…」

저 편에서 문득 작은 발소리가 났다.

「나밖에도 아직도 사람이 있었구나.」
* 작가 : 김동인
金東仁 (1900-1951) 호는 금동(琴童). 소설가. 평양 출생. 한국 현대문학의 터전을 마련한 신문학의 개척자.
문예지 <창조>의 동인으로 이광수의 계몽문학에 반기를 들고 순문학운동을 내세웠다. 진정한 서구적 자연주의 경향의 문학을 확립했고, 이 땅에 본격적인 단편소설에 대한 기반을 세웠다.

단편집에 <감자> <목숨> <김동인 단편집>이 있으며, <운현궁의 봄> <대수양(大首陽)> <젊은 그들> <견훤> 등의 역사소설이 있으며, 평론에 <춘원연구> <한국근대소설고>가 있다. 단편소설 <감자> <배따라기> <광염 소나타> 등은 우리 현대문학사의 전형적인 작품이며, <붉은 산>은 민족주의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며, 중편 <김연실전>은 자연주의 경향의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 밖에 <약한 자의 슬픔> <마음이 옅은 자여> <유서> <명문> <광화사> <발가락이 닮았다> <K박사의 연구> <대동강> <태형>등의 단편 및 중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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