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암의 괴녀 ; 김동인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승암(僧庵)의 괴녀(怪女)
백월산(白月山)은 신라 구부군(仇夫郡)의 북쪽에 있는 커다란 산이다. 아름다운 봉우리와 기이한 바위와 험한 골짜기가 많은 뫼다. 구부군은 지금의 의안(義安)이다. 이 백월산에 대하여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옛날 당나라 천자가 대궐 뜰 앞에 한 개의 못을 팠다. 그리고 그 못가를 산책하는 것을 한 소일로 하고 있었다. 어떤 보름달 밝은 밤, 이 못가를 거닐고 있던 천자는 괴상한 광경을 발견하였다. 못에는 웬 커다란 뫼가 하나 비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뫼, 험한 바위 사이로는 한 마리의 사자가 이리저리 머리를 두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기이한 일에 의아하게 생각하고 천자는 다시 머리를 들어서 사면을 살펴 보았다. 혹은 이 근처의 산이 못에 비치었는가 하여─. 그러나 천자도 이미 잘 알다시피 이 근처에는 사자가 출몰하는 험산이 없는 것이었다.
이 기이한 그림자는 그날 밤뿐으로 사라져 없어지고 그 다음부터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리하여 한 달이 지나고 다시 보름달이 이르렀다.
* 작가 : 김동인
金東仁 (1900-1951) 호는 금동(琴童). 소설가. 평양 출생. 한국 현대문학의 터전을 마련한 신문학의 개척자.
문예지 <창조>의 동인으로 이광수의 계몽문학에 반기를 들고 순문학운동을 내세웠다. 진정한 서구적 자연주의 경향의 문학을 확립했고, 이 땅에 본격적인 단편소설에 대한 기반을 세웠다.
단편집에 <감자> <목숨> <김동인 단편집>이 있으며, <운현궁의 봄> <대수양(大首陽)> <젊은 그들> <견훤> 등의 역사소설이 있으며, 평론에 <춘원연구> <한국근대소설고>가 있다. 단편소설 <감자> <배따라기> <광염 소나타> 등은 우리 현대문학사의 전형적인 작품이며, <붉은 산>은 민족주의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며, 중편 <김연실전>은 자연주의 경향의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 밖에 <약한 자의 슬픔> <마음이 옅은 자여> <유서> <명문> <광화사> <발가락이 닮았다> <K박사의 연구> <대동강> <태형>등의 단편 및 중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