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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빈 ; 백신애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적빈 ; 백신애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그의 둘째 아들이 매촌(梅村)이라는 산골에 장가를 간 후로는 그를 부를 때 누구든지 ‘매촌댁 늙은이’라고 부른다. ‘늙은이’라는 위에다 ‘매촌 댁’이라고 특히 ‘댁’자를 붙여 부르는 것은 이 늙은이가 은진 송씨(恩津宋氏)인 고로 송우암(宋尤菴) 선생의 후예라고 그 동리에서 제법 양반 행세를 해오든 집안이 친정으로 척당이 됨으로서의 부득이한 존칭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존칭으로 ‘댁’자를 붙여 준다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 아무래도 ‘매촌댁 늙은이’하면 의례히 ‘더럽고 불쌍하고 남의 일 해주는 거지보다 더 가난한 늙은이다’하는 멸시의 대명사로 여기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요즈음에 와서는 ‘매촌댁 늙은이’라고 ‘댁’자를 쑥 빼고 부르..
적빈 ; 백신애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그의 둘째 아들이 매촌(梅村)이라는 산골에 장가를 간 후로는 그를 부를 때 누구든지 ‘매촌댁 늙은이’라고 부른다. ‘늙은이’라는 위에다 ‘매촌 댁’이라고 특히 ‘댁’자를 붙여 부르는 것은 이 늙은이가 은진 송씨(恩津宋氏)인 고로 송우암(宋尤菴) 선생의 후예라고 그 동리에서 제법 양반 행세를 해오든 집안이 친정으로 척당이 됨으로서의 부득이한 존칭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존칭으로 ‘댁’자를 붙여 준다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

아무래도 ‘매촌댁 늙은이’하면 의례히 ‘더럽고 불쌍하고 남의 일 해주는 거지보다 더 가난한 늙은이다’하는 멸시의 대명사로 여기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요즈음에 와서는 ‘매촌댁 늙은이’라고 ‘댁’자를 쑥 빼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졌다. 그래도 늙은이는 그것을 노엽게 생각할 만한 양반에 대한 애착심이 낡아빠져서 아무런 생각도 느끼지 않았다.
* 작가 : 백신애
(白信愛, 1908년 5월 19일 - 1939년 6월 25일)

경북 영천 출생이며, 대구사범 강습과를 졸업했다. 1928년에 단편 〈나의 어머니〉가 조선일보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으며, 〈꺼래이〉(1933)를 발표하면서부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정열적이고 다혈질의 작가였으나 결국 미완성의 작품세계를 남기고 죽었다. 주요 작품에 〈정현수(鄭賢洙)〉, 〈정조원〉, 〈적빈〉, 〈광인수기〉, 〈소독부〉, 〈혼명(昏冥)〉 등이 있다.

문단으로부터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다가 2007년, 한국작가회의 영천지회 등 영천 인근 후배문인들이 백신애의 작품을 하나둘씩 모으고, 그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백신애문학제’를 마련하면서 문학사적으로 자리매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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