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 0 0 7 10 0 7년전 0

죽은 새 ;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죽은 새 ;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나는 지팡이를 끌고 절 문을 나섰다. 처음에는 날마다 돌던 코스로 걸으려다가 뒷고개턱에 이르러서, 안 걸어 본 길로 가 보리라는 생각이 나서, 왼편 소로로 접어들었다. 간밤 추위에 뚝 끊였던 벌레 소리가 찌듯한 볕에 기운을 얻어서 한가로이 울고 있다. 안 걸어 본 길에는 언제나 불안이 있다. 이 길이 어디로 가는 것인가. 길 가에 무슨 위험은 없나 하여서 버스럭 소리만 나도 쭈뼛하여 마음이 씐다. 내 수양이 부족한 탓인가. 이 몸뚱이에 붙은 본능인가. 이 불안을 이기고 모르는 길을 끝끝내 걷는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을 보면 길 없던 곳에 첫 걸음을 들여놓은 우리 조상님네는 큰 용기를 가졌거나 큰 필요에 몰렸었을 것이라고 고개가 숙..
죽은 새 ;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나는 지팡이를 끌고 절 문을 나섰다. 처음에는 날마다 돌던 코스로 걸으려다가 뒷고개턱에 이르러서, 안 걸어 본 길로 가 보리라는 생각이 나서, 왼편 소로로 접어들었다. 간밤 추위에 뚝 끊였던 벌레 소리가 찌듯한 볕에 기운을 얻어서 한가로이 울고 있다.

안 걸어 본 길에는 언제나 불안이 있다. 이 길이 어디로 가는 것인가. 길 가에 무슨 위험은 없나 하여서 버스럭 소리만 나도 쭈뼛하여 마음이 씐다. 내 수양이 부족한 탓인가. 이 몸뚱이에 붙은 본능인가. 이 불안을 이기고 모르는 길을 끝끝내 걷는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을 보면 길 없던 곳에 첫 걸음을 들여놓은 우리 조상님네는 큰 용기를 가졌거나 큰 필요에 몰렸었을 것이라고 고개가 숙어진다. 성인이나 영웅은 다 첫길을 밟은 용기 있는 어른들이셨다. 세상에 어느 길 치고 첫걸음 안 밟힌 길이 있던가.
* 작가 : 이광수
李光洙 (1892- ? ) 호는 춘원(春園). 평북 정주 출생. 최남선과 함께 한국 신문학의 개척자이며 소설가.

일본 와세다대학 영문과를 수업한 뒤 민족사상을 고취하는 계몽적인 이상주의 소설을 많이 썼다. 1919년 상하이(上海)로 건너가 <독립신문>의 주필, 귀국 후 <조선일보>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1917년 한국 최초의 장편소설 <무정>을 발표하였고, 최초의 단편 <소년의 비애> <어린 벗에게>를 비롯하여 <개척자> <흙> <유정> <무명> 등 많은 소설과 논문·수필·기행문·서간문 등을 발표하였다. 6·25전쟁 때 납북되었으며, 그가 걸어온 길은 바로 한국 현대문학이 걸어온 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net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