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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염기 ;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죽염기 ;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나는 이 집을 팔았소. 북한산 밑에 육년 전에 지은 그 집 말이오. 오늘이 집 값 끝전을 받는 날이오. 뻐꾸기가 잔지러지게 우오. 날은 좀 흐렸는데도 무성한 감잎사귀들은 솔솔 부는 하지 바람에 번뜩이고 있소. 오늘이 음력으로 오월 삼일、모레면 수리(단오)라고 이웃집 계집애들이 아카시아 나무에 그네를 매고 재깔대고 있소. 모레가 하지. 벌써 금년도 반이 되고 양기는 고개에 올랐소. 잠자리가 난지는 ── 벌써 오래지마는 수일 내로는 메뚜기들이 칠칠 날고、밤이면 풀 속에 벌레 소리들이 들리오. 아이들이 여치를 잡으러 다니오. 이 편지를 쓰고 앉았을 때에 어디서 청개구리가 개굴개굴 소리를 지르오. 저것이 울면 비가 온다고 하니 한 소나기..
죽염기 ;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나는 이 집을 팔았소. 북한산 밑에 육년 전에 지은 그 집 말이오. 오늘이 집 값 끝전을 받는 날이오. 뻐꾸기가 잔지러지게 우오. 날은 좀 흐렸는데도 무성한 감잎사귀들은 솔솔 부는 하지 바람에 번뜩이고 있소. 오늘이 음력으로 오월 삼일、모레면 수리(단오)라고 이웃집 계집애들이 아카시아 나무에 그네를 매고 재깔대고 있소. 모레가 하지. 벌써 금년도 반이 되고 양기는 고개에 올랐소. 잠자리가 난지는 ── 벌써 오래지마는 수일 내로는 메뚜기들이 칠칠 날고、밤이면 풀 속에 벌레 소리들이 들리오. 아이들이 여치를 잡으러 다니오.

이 편지를 쓰고 앉았을 때에 어디서 청개구리가 개굴개굴 소리를 지르오.

저것이 울면 비가 온다고 하니 한 소나기 흠씬 쏟아졌으면 좋겠소. 모두들 모를 못 내어서 걱정이라는데、뜰에 화초 포기들도 수분이 부족하여서 축축 늘어진 꼴이 가엾소.
* 작가 : 이광수
李光洙 (1892- ? ) 호는 춘원(春園). 평북 정주 출생. 최남선과 함께 한국 신문학의 개척자이며 소설가.

일본 와세다대학 영문과를 수업한 뒤 민족사상을 고취하는 계몽적인 이상주의 소설을 많이 썼다. 1919년 상하이(上海)로 건너가 <독립신문>의 주필, 귀국 후 <조선일보>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1917년 한국 최초의 장편소설 <무정>을 발표하였고, 최초의 단편 <소년의 비애> <어린 벗에게>를 비롯하여 <개척자> <흙> <유정> <무명> 등 많은 소설과 논문·수필·기행문·서간문 등을 발표하였다. 6·25전쟁 때 납북되었으며, 그가 걸어온 길은 바로 한국 현대문학이 걸어온 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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