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점묘(漁村點描); 강경애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고향 일우에 몽금포를 두고도 벼르기만 하고 한 번도 찾지 못하였다가 이번에 귀향하는 기회를 타서야 겨우 찾게 되었다. 그 이름이 전 조선적으로 알려진 그만큼 나는 커다란 기대와 흥미를 가지고 자동차 위에 몸을 실었다. 황막하기 짝이 없는 만주 벌판에서 자연에 퍽이나 굶주렸던 나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내가 조선땅에 일보를 옮겨놓은 그 순간부터라도 ‘조선의 자연은 과연 아름답다’ 하는 감탄을 무시로 발하게 되었다.
오랜 매우(梅雨) 때문에 도로는 상하여 평탄하지 못함인지 자동차는 노상키 까부질을 하나, 앞에 전개되어 나타나는 전원으로부터 불려오는 구수한 냄새에 취하여 나는 괴로운 것도 미처 생각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우편(右便)으로 불타(佛陀)산맥이 구불구불 흘러서 마치 바다의 파도와 같이 뛰놀고 좌로 찰석(札石)산맥이 높은 듯 낮고, 낮은 듯 높아 그 뫼됨이 자못 기이하게 보였다. 그 위에 솜 같은 구름이 떼를 지어 오락가락 한가롭다.
* 작가 : 강경애
姜敬愛 (1907-1943) 여류 소설가.황해도 출생. 간도(間島)에 이주하여 살다가 그 곳에서 죽음. 1931년 <어머니와 딸>로 문단에 등장, 자연주의 경향이 짙은 소설을 발표함. 작품에 <부자>(1932) <소금>(1934) <해고>(1935) <산남(山男)>(1936) <어둠>(1937) 등의 단편과 중편으로 <지하촌(地下村)>(1936)이 있으며, 장편으로는 <인간문제>(1933) 등 소박한 리얼리즘이 반영된 작품이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