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면 어떤 생활의 단편 ; 이효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뒷골목은 저녁때이다.
행랑 부엌에서는 나무 패는 소리가 요란히 들리고 집집마다 저녁 연기가 자옥하다. 수도 구멍에서는 아낌없이 물이 쏟아지고 장사아치의 외이는 목소리가 뒷골목을 떠 들어갈 듯하며 가게에서는 싸움이나 하는 듯이 반찬거리를 흥정한다 ―마치 하룻날 생활의 총계산을 하려는 듯이 사람들은 마지막 악을 다 쓰는 듯 하였다.
(괘씸한 놈!)
확실치 못한 걸음으로 비틀거리면서 분주한 뒷골목을 벗어져 나온 그는 또한번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노기가 등등하고 가슴은 요란히 두근거리고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아무리 원 배우지 못한 놈이기루 나더러 거지라구? 엣, 도적 같은 놈!)
* 작가 : 이효석
李孝石 (1907-1942) 호는 가산(可山). 소설가.강원도 평창(平昌) 출생. 경성제국대학 문과 졸업, 숭실전문(崇實專門) 교수 등을 역임. 프로문학이 왕성하던 무렵의 재학시대부터 작품을 발표, 유진오와 함께 동반작가로 불린다.
1928년 자유 노동자의 생활을 취재한 <도시와 유령>(1928)을 <조선지광>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등장했으며, <노령 근해(露嶺近海)>(1930), <상륙(上陸)> <북국 사신(北國私信)> 등 경향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1932년경 한때 총독부 도서과(圖書課)에 취직했던 일로 비난을 받아 한동안 작품활동을 중지했다가 1933년 <돈(豚)>을 발표했으며 <돈> 이후에는 작품 경향을 전환하여 자연과 인간의 본능적인 순수성을 추구했고, 소설관으로 서정성을 내세우고 있다.
후기 작품으로는 <성화(聖畵)>(1935) <산>(1936) <분녀(粉女)>(1936) <장미 병들다>(1938) 등이 있고, 1936년에 발표된 <메밀꽃 필 무렵>은 광복 이전 우리 문학의 대표작이다. 장편에 <화분(花粉)>(1942) <벽공 무한(碧空無限)> <창공(蒼空)> 등이 있으나, 단편작가로서 뚜렷한 문학사적 위치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