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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군에게 ; 조명희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R군에게 ; 조명희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자네를 본 지 벌써 이 주일이나 되었네그려. 그래 그 동안에 몸도 성하고 글 같은 것도 많이 쓰는가? 나는 그 동안에 전에 있던 감방에서 북쪽 맨 끝방으로 옮아왔네. 옮아온 방이라고는 전보다 별로 나을 것은 없으나 그러나 귀퉁이방이라 그러한지 전날 같으면 여름철 긴긴 날에도 햇빛 한 점 구경 못 했더니, 이곳으로 온 뒤는 지는 해가 뒷산 봉우리에 걸칠 때쯤 되면 한 십 분 동안이나 창 귀퉁이 옆으로 큰 대접 넓이만한 햇살이 방바닥에 간신히 들여비치네그려. 십 분 동안의 햇빛이, 대접 넓이만한 햇빛이. 여보게 이 사람, 광명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도리어 상상키도 어려운 일일세. 내가 하루 한 번씩 운동장에 나가기 전에는 조용히 방 ..
R군에게 ; 조명희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자네를 본 지 벌써 이 주일이나 되었네그려. 그래 그 동안에 몸도 성하고 글 같은 것도 많이 쓰는가? 나는 그 동안에 전에 있던 감방에서 북쪽 맨 끝방으로 옮아왔네.

옮아온 방이라고는 전보다 별로 나을 것은 없으나 그러나 귀퉁이방이라 그러한지 전날 같으면 여름철 긴긴 날에도 햇빛 한 점 구경 못 했더니, 이곳으로 온 뒤는 지는 해가 뒷산 봉우리에 걸칠 때쯤 되면 한 십 분 동안이나 창 귀퉁이 옆으로 큰 대접 넓이만한 햇살이 방바닥에 간신히 들여비치네그려. 십 분 동안의 햇빛이, 대접 넓이만한 햇빛이. 여보게 이 사람, 광명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도리어 상상키도 어려운 일일세.

내가 하루 한 번씩 운동장에 나가기 전에는 조용히 방 안에 앉아 햇빛을 몸에 받아 보기는 처음일세그려. 마음에 어떻게나 신기하겠나. 신기하다는 말보다 감격하다는 말이 옳을 듯싶네. 이것 보게그려. 한방에 같이 앉았던 죄수 하나는 쫓아가 그 햇빛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네그려…….

이 사람은 나와 마찬가지로 여러 달 동안 어두운 데서만 지내던 사람인 줄은 이것으로 미루어 알았네.
* 작가 : 조명희
(趙明熙, 1894년 ~ 1938년 5월 11일)는 조선에서 태어난 소비에트 연방의 작가이다. 본관은 양주(陽州). 호는 포석(抱石), 필명은 목성(木星), 적로(笛蘆).
조명희의 대표작으로는 일제의 농민수탈과 이에 저항하는 지식인 운동가의 삶을 그린 《낙동강》을 비롯하여, 《붉은 깃발 아래에서》, 《짓밟힌 고려인》 등이 있다.

조선 충청북도 진천군에서 출생하였다. 3살 때 부친을 여의고, 서당과 진천 소학교를 다녔으며, 서울 중앙 고보를 중퇴하고 북경 사관학교에 입학하려다가 일경에게 붙잡혔다. 3·1 운동에 관계되어 투옥되기도 하였다. 도일 후 도쿄 대학 철학과에 입학하였고 1920년 <김영일의 사>를 발표하여, 희곡무대에서 상연하였다. 귀국 후 1924년 봄 《잔디밭 우에》를 간행했다

그외에도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 있다.
《땅 속으로》
《농촌 사람들》
《춘선이》
《이쁜이와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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