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전(蹴球戰); 강경애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어렴풋이 잠들었던 승호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이젠 시간이 되지 않았나? 하고 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그리 번화하던 이 거리도 어느덧 고요하고 전등불만이 가로수사이로 두어줄의 긴 빛을 던지고있었다. 그는 눈을 두어번 부비고나서 밖으로 뛰여나왔다.
한참이나 나오던 그는 싸늘한 볼을 어루만지며 자기 머리에 모자가 없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래서 곧 돌아와서 모자를 눌러쓰고 총총히 걸었다.
그가 목적지인 S공원까지 왔을 때, 하늘을 찌를듯이 올라간 백양나무숲을 바라보면서, 희숙이가 와서 기다린지가 오래지나 않았나 하는 불안과 어떤 감격으로 발길이 허둥허둥해졌다. 그러나 그가 S공원안으로 들어와서 정자까지 왔을 때, 희숙이가 아직 안와있으므로 다행하면서도 섭섭하였다.
그는 정자 란간에 비껴앉아 어디로부터 희숙이가 나타날지 몰라 두리번두리번 살펴보았다. 그리고 누가 이 공원에 놀러나오지 않았나 하는 불안도 일어났다.
* 작가 : 강경애
姜敬愛 (1907-1943) 여류 소설가.황해도 출생. 간도(間島)에 이주하여 살다가 그 곳에서 죽음. 1931년 <어머니와 딸>로 문단에 등장, 자연주의 경향이 짙은 소설을 발표함. 작품에 <부자>(1932) <소금>(1934) <해고>(1935) <산남(山男)>(1936) <어둠>(1937) 등의 단편과 중편으로 <지하촌(地下村)>(1936)이 있으며, 장편으로는 <인간문제>(1933) 등 소박한 리얼리즘이 반영된 작품이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