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문학 읽기 368

사립정신병원장 ; 현진건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현진건 | 문학공감대 | 500원 구매
0 0 265 3 0 4 2017-05-24
사립정신병원장 ; 현진건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소설> 미리보기 생각하면 재작년 겨울 일이다. 나는 오래간만에야 고향에 돌아갔었다. 십여 호가 넘던 일가집들이 가을 바람에 나부끼는 포플러 잎보다도 더 하잘 것 없이 흩어진 오늘날에야 말이 고향이지 기실 쓸쓸한 타향일 따름이다. 비록 초가일망정 이십여 칸이나 되는 우리집도 다섯 칸 오막살이로 찌그러들어 성밖 외따른 동리에 초라하게 남았고, 거기에 칠순이 가까운 아버지와 사십이 넘은 계모가 턱을 괴고 앉았을 뿐, 아들도 남부럽지 않게 많지마는 제 입 풀칠하기에 바쁜 그들은 부모님 봉양할 이는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몇 달 만에야 한 번, 몇 해 만에야 한 번 집안으로 기어드는 자식은 자식이 아니요 손님이다...

충용 삼형제 ; 김동인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김동인 | 문학공감대 | 500원 구매
0 0 222 3 0 2 2017-05-24
충용 삼형제 ; 김동인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미리보기 <삼국사기(三國史記)가 신라 태종무열왕(太宗武烈王)시대 전후에 부과(夫果) 취도(驟徒) 필실(■實) 삼형제의 충용(忠 勇) 미담을 이름함에 있어서, 그 삼형제의 근본이며 환경 등 에 관해서는 상기(上記)한 이상을 말하지 않았다. 『이애들아.』 『네…』 『가까이들─ 이 아비를 가운데 두고 둘러 앉어라.』 『……』 세 아들은 아버지의 분부대로, 아버지의 앞에 모였다. 아무 말 없이 몸의 움직임에도 소리도 안 나게 고요히… 고즈너 기… 엄숙한 기분 아래서…. 세 아들을 앞에 불러 놓고 아버지 나마(奈麻─ 벼슬 이름) 취복(驟福)은 비로소 눈을 조금 떴다. 길게 누운..

개소문과 당태종 ; 김동인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김동인 | 문학공감대 | 500원 구매
0 0 268 3 0 3 2017-05-24
개소문과 당태종 ; 김동인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개소문(蓋蘇文)과 당 태종(唐太宗) 도성 안은 평시와 조금도 다른 데가 없었다. 어제도 그제도, 작년도 재작년도 그러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장사아치는 가게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고, 노인들은 한가스러이 길거리를 거닐고, 장인바치는 여전히 이마에 핏대를 세워가지고, 마치를 두르며― 솔개는 하늘을 날고 쥐는 땅을 기고…. “이럴까?” 신라(新羅) 사람 구문사(仇文司)는 자기의 예기, 또한 천하의 통례(通例)와 딴판인 이 고구려 서울(평양)의 오늘의 광경에, 의외의 얼굴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당사(唐使)가 이 서울에 돌아온다. 더구나 이번의 당사는 보통 다른 때(자기네 나라인..

죄(罪);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이광수 | 문학공감대 | 500원 구매
0 0 223 3 0 3 2017-05-24
죄(罪);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이것은 나 自身 [자신]에 關[관]한 이야기도 아니요, 또 「人生[인생]의 香氣[향기]」도 아닐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一部分[일부분]은 내가 目擊[목격]한 一部分[일부분]일 뿐더러, 내 一生[일생]의 經驗中[경험중]에서 罪[죄]에 關[관]한 가장 深刻[심각]한 印象[인상]을 준 것으로 잊혀지지 않는 實話[실화]다. 양반들이 사는 어느 洞里[동리]에, 이 洞里[동리]에는 비록 시골이지마는, 예로부터 進士大科[진사대과]도 많이 나고, 隣近邑[인근 읍]뿐 아니라 서울에까지도 多少[다소] 소문이 난 兩班行勢[양반 행세]하는 部落[부락]이다.

할머니의 죽음 ; 현진건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현진건 | 문학공감대 | 500원 구매
0 0 275 3 0 5 2017-05-23
할머니의 죽음 ; 현진건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 본문 글 '조모주 병환 위독' 삼월 그믐날, 나는 이런 전보를 받았다. 이는 ××에 있는 생가(生家)에서 놓은 것이니 물론 생가 할머니의 병환이 위독하단 말이다. 병환이 위독은 하다 해도 기실 모나게 무슨 병이 있는게 아니다. 벌써 여든 둘이나 넘은 그 할머니는 작년 봄부터 시름시름 기운이 쇠진해서 가끔 가물가물하기 때문에 그 동안 자손들로 하여금 한두 번 아니게 바쁜 걸음을 치게 하였다. 그 할머니의 오 년 맏이인 양조모(養祖母)는 갑자기 울기 시작하였다. "아이고……이승에서는 다시 못 보겠다. 동서라도 의로 말하면 친형제나 다름이 없었다…… 육십 년을 하루같이 어디 뜻 한번 거슬러 ..

그믐달 ; 이익상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이익상 | 문학공감대 | 1,000원 구매
0 0 298 8 0 3 2017-05-26
그믐달 ; 이익상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성호 는 잠이 깨었다 (性浩) . 아직껏 전등불이 힘없이 켜져 있다. 그러나 창문에는 희번한 밝은 빛이 비치었다. 분명히 날은 새었다. 곁에서 자는 아내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만 아내의 누웠던 자리를 반이나 차지하고, 누웠는 것은 네 살이 된 그의 아들 문환(文桓)이었다. 전구 안의 심지는 누렇게 물든 굵다란 실같이 보였다. 그것이 하룻밤을 밝혀 주었으리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새어 나오는 빛이 가늘었다. 그래도 성호는 그 전등을 한참 바라보는 동안에 눈이 부시어졌다. 다시 그는 눈을 스르륵 감고 말았다. 감고 있는 그의 눈앞에는 오늘의 할 것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빚쟁이, 원고지, 사진, 활..

죽은 새 ;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이광수 | 문학공감대 | 500원 구매
0 0 260 3 0 10 2017-05-26
죽은 새 ; 이광수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나는 지팡이를 끌고 절 문을 나섰다. 처음에는 날마다 돌던 코스로 걸으려다가 뒷고개턱에 이르러서, 안 걸어 본 길로 가 보리라는 생각이 나서, 왼편 소로로 접어들었다. 간밤 추위에 뚝 끊였던 벌레 소리가 찌듯한 볕에 기운을 얻어서 한가로이 울고 있다. 안 걸어 본 길에는 언제나 불안이 있다. 이 길이 어디로 가는 것인가. 길 가에 무슨 위험은 없나 하여서 버스럭 소리만 나도 쭈뼛하여 마음이 씐다. 내 수양이 부족한 탓인가. 이 몸뚱이에 붙은 본능인가. 이 불안을 이기고 모르는 길을 끝끝내 걷는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을 보면 길 없던 곳에 첫 걸음을 들여놓은 우리 조상님네는 큰 용기를 가졌거나 큰..

남매 ; 김남천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김남천 | 문학공감대 | 500원 구매
0 0 294 3 0 11 2017-05-26
남매 ; 김남천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꽹꽹 언 작은 고무신이 페달을 디디려고 애쓸 때에 궁둥이는 가죽안장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듯이 자전거의 한편에 매어달린다. 왼쪽으로 바른쪽으로, 구멍난 꺼먼 교복의 궁둥이가 움직이는 대로 낡은 자전거는 언 땅 위를 골목 어구로 기어나간다. 못쓰게 된 뼈만 앙상한 경종(警鍾)은 바퀴가 언 땅에 부딪칠 때마다 저 혼자 지링지링 울고, 핸들을 쥔 푸르덩덩한 터진 손은 매눈깔보다도 긴장해진다. 기름 마른 자전거는 이때에 이른 봄날 돌틈을 기어가는 율모기같이 느리다. 그러나 길이 좀 언덕진 곳은 미처 발디디개를 짚을 겨를도 없이 팽팽하게 바람 넣은 바퀴가 자갯돌과 구멍진 곳을 분간할 나위 없이 지쳐 내려가기도 한다. ..

제1과 제1장 ; 이무영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이무영 | 문학공감대 | 500원 구매
0 0 527 3 0 8 2017-05-26
제1과 제1장 ; 이무영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수택은 문구멍으로 가만히 내다봤다. 도적이 분명하다. 밖에서는 나오라고 하나 나갈 길을 막아선지라 어쩔 줄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황당해한 도적은 급기야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나갈 길을 좀틔워주서유!" 이때 그는 벌써 부엌을 돌아서 울안에 와 있었다. 손에 흉기 하나 들지 않은 좀도적임을 발견한 그는 억 소리와 함께 덮치어 잡아나꾸었다. 그는 학생시대에 배운 유도로 도적을 메어다치고는 제 허리끈으로 두 팔을 꽁꽁 묶었다. 온 집안이 깨고 뒤미처 김영감도 달려들었다. 영감의 손에는 지게작대기가 쥐여 있었다. 도적놈도 그랬고, 온 집안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했다. 몽둥이에 맞을 사람..

정조 ; 김유정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김유정 | 문학공감대 | 500원 구매
0 0 216 3 0 6 2017-05-26
정조 ; 김유정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주인아비는 행랑어멈 때문에 속이 책을 대로 섹었다. 나가래자니 그것이 고분이 나갈 것도 아니거니와 그렇다고 두고 보자니 괘씸스러운 것이 하루가 다 민망하다. 어멈의 버릇은 서방님이 버려 놓은 것이 분명하였다. 아씨는 아직 이불 속에 들어 있는 남편 앞에 도사리고 앉아서는 아침마다 졸랐다. 왜냐면 아침때가 아니곤 늘 난봉피러 보다니는 남편을 언제 한 번 조용히 대해 볼 기회가 없었다. 그나마도 어제 밤이 새도록 취한 술이 미처 깨질 못하여 얼굴이 벌거니 늘어진 사람을 흔들멱, 「여보 ! 자우? 벌써 열 점 반이 넘었수. 기운 좀 채리우」 하고 말을 달이는 것은 그리 정다운 잎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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